런던 패션위크 맨즈가 진행된 시점은 세상에 이동 제한 조치와 감염재생산지수, 마스크가 등장하기 전인 지난 1월이었다. 대부분 사람이 주목했던 쇼는 일요일 저녁에 열렸던 웨일스 보너 쇼. 6년 차 브랜드인 웨일스 보너는 런던 SW1 지역에 있는 린들리 홀에서 뷔페와 레드 스트라이프 캔맥주로 완성된 카리브해의 소셜 클럽을 재현해냈다. 둥근 테이블에는 아스널의 엑토르 베예린, 아티스트 아이작 줄리앙과 시인 윌슨 오리에마 등의 게스트가 모여 앉았고, 쌓아 올린 스피커에서는 DJ 제이미 XX가 믹싱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여성복과 남성복 모두 테일러링과 니트웨어를 강조한 컬렉션이었다. 가이아나계 영국 화가 프랭크 볼링의 작품을 가미한 윈도페인 체크 수트와 셔츠, 그리고 라스터라리교 교기의 레드, 골드와 그린을 더한 가디건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일어난 상황을 고려하면 쇼를 올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었죠."라고 브랜드의 디자이너이자 2020 매치스패션의 이노베이터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는 말한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8월 말, 영국 남서부 글로스터셔의 한적한 시골에서 지내고 있던 올해 29살의 그녀는 이탈리아로 오랫동안 기다리던 휴가를 떠나기 직전이었다.
웨일스 보너의 다른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이번 FW20 컬렉션도 영감의 원천을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번 시즌은 1970년대 카리브해에서 런던 남동부에 위치한 루이샴으로 온 젊은 이주자들과 그들의 윈드러시 세대 아이들을 찍은 작가 존 고토의 컬트 사진집 <러버스 록(Lover's Rock)>에 주목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였던 백인 어머니와 자메이카계 영국인 변호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는 루이샴의 젊은이들이 패션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이들의 패션에는 단순히 영국 또는 런던의 어느 지역 출신이냐 뿐만이 아니라, 조금 과장되긴 하지만 카리브해의 정체성도 담겨있었어요. 즉 영국과 카리브해의 정체성이 모두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어린 시절, 아버지가 루이샴에서 일했던 기억 때문에 이번 컬렉션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의미에서 제 가족같이 느껴져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존 고토의 사진에는 대부분 커플이 등장하는데, 이는 여성복 컬렉션 디자인에 영감을 준 부분이다.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만드는 세상에선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에 있도록 하고 싶어요." 무릎길이의 플리츠 스커트와 밝은 컬러의 가디건, 날렵한 셔츠의 디자인을 보면 알겠지만, 그녀의 여성복과 남성복 컬렉션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자신의 스타일을 "심플하고 우아하다"고 평가하는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는 남성복을 즐겨 입는 습관이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여성용으로 디자인된 아이템은 핏이 너무 타이트하거나 남성복이 가진 느낌을 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 컬렉션에서는 옷 자체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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